듣는 것이 연주의 절반이다
음도 알고, 리듬도 알고, 테크닉이 있다. 그런데 backing track 위에서 치면 혼자 노는 느낌이다. 음도 맞고 리듬도 맞는데 "합"이 안 된다.
치는 것에만 집중하고 듣지 않기 때문이다.
드럼을 듣는다
backing track을 틀고 처음 30초는 치지 않는다. 듣기만 한다.
킥 드럼이 어디서 치는지 집중한다. 매 beat마다 치는지, 1-3에만 치는지, syncopation이 있는지. 킥의 패턴이 파악되면 그 타이밍에 맞춰 root를 친다. 킥이 안 치는 beat는 쉰다.
킥과 맞물리는 순간이 있다. 갑자기 베이스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곡의 일부가 된 느낌. "Pocket에 들어갔다"는 표현이 이것이다. 이 전과 후의 차이가 확연하다. 같은 음, 같은 리듬인데 드럼과 맞물리는 것과 아닌 것이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
스네어는 보통 2, 4 beat(backbeat). 하이햇이 subdivision을 알려준다 — 8분음표인지, shuffle인지, 16분음표인지. 하이햇을 듣는 것만으로 곡의 feel을 파악할 수 있다.
backing track을 하나 틀고 1분간 듣기만 한 다음, 킥이 치는 타이밍에만 root를 쳐본다. 이것만으로 groove가 생긴다. 음을 많이 치는 것보다 킥과 맞추는 게 먼저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된다.
코드 체인지를 귀로 느낀다
화면에 코드가 표시되니까 눈으로 읽으면 된다. 하지만 실전 잼에서는 화면이 없다. 누군가 "blues in A" 하고 시작하면 귀로 따라가야 한다.
12-bar blues는 구조를 외우면 마디를 세서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세지 않고 느끼는" 연습을 해보면 귀가 달라진다.
backing track을 틀고 코드 표시를 종이로 가리거나 눈을 감는다. 소리만 듣고 코드가 바뀌는 순간에 root를 바꿔 친다.
4마디가 끝나고 5마디에서 IV(D7)가 들어오는 순간. 화성의 색깔이 변한다. 밑바닥이 움직이는 느낌. 기타와 키보드의 저음이 달라지는 게 들린다. 이게 I에서 IV로 가는 소리다. 처음에는 잘 안 느껴지지만, 의식하고 듣다 보면 점점 명확해진다.
9마디에서 V(E7)가 들어올 때는 긴장감이 생긴다. 곡이 "어딘가로 가려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11마디에서 I(A7)로 돌아오면 해소. 집에 돌아온 느낌.
이 감각이 생기면 12-bar가 아닌 다른 구조에서도 코드 체인지를 감지할 수 있다. 귀가 화성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악기가 뭘 하는지 듣는다
backing track에서 기타가 뭘 치고 있는지 의식해본다.
기타가 코드를 스트럼하고 있을 때 — 리듬 패턴이 있다. 기타의 리듬과 베이스의 리듬이 보완적인지, 겹치는지. 기타가 downbeat에서 세게 치고 있으면, 베이스도 downbeat에서 같이 치면 합쳐지고, upbeat에서 치면 보완적인 느낌이 된다.
기타가 솔로를 시작한 backing track이 있다. 기타가 높은 음역에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베이스는 뒤로 빠져서 root 중심으로 탄탄하게 받쳐주는 게 자연스럽다. 여기서 베이스까지 바쁘게 움직이면 소리가 뭉친다.
반대로 기타가 긴 음을 잡고 쉬는 구간이 있다. 여기서 베이스가 fill을 넣거나 움직임을 만들면 빈 공간이 채워진다. 기타가 쉴 때 베이스가 말하고, 베이스가 쉴 때 기타가 말하는 것. 이 주고받기가 합주다.
B.B. King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이 대화가 뚜렷하게 보인다. 보컬이 한 프레이즈를 부르고, 기타가 응답하고, 그 밑에서 베이스와 드럼이 foundation을 유지한다. 보컬과 기타가 쉬는 순간에 베이스가 살짝 움직인다. 이 타이밍을 듣고 잡아내는 것이 잼의 핵심이다.
backing track in A를 틀고 6코러스를 쳐본다. 처음 2코러스는 기타의 리듬에만 집중하면서 그 리듬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친다. 다음 2코러스는 기타가 쉬는 순간에 fill을 넣어본다. 마지막 2코러스는 기타가 세질 때 자기도 올리고, 기타가 빠질 때 같이 빠져본다. 녹음해서 들어보면 backing track과 "대화"하고 있는지, 각자 하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곡의 에너지 흐름을 읽는다
12-bar가 반복되는 동안 매 코러스가 같지 않다. 대부분의 backing track에는 에너지의 흐름이 있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시작해서, 중간에 기타 솔로가 들어오면서 올라가고, 끝에서 마무리된다.
이 흐름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에너지로 치면, 곡과 겉돈다.
backing track의 에너지가 올라갈 때 같이 올라가는 방법: 음을 더 쓴다, 8분음표를 추가한다, 세게 친다, 높은 포지션으로 올라간다. 에너지가 내려갈 때 같이 내려가는 방법: 음을 줄인다, root만 남긴다, 부드럽게 친다, 공간을 넓힌다.
이건 규칙이 아니라 판단이다. 때로는 backing track이 올라갈 때 오히려 베이스가 단순하게 받쳐주는 게 맞을 수도 있다. 듣고, 느끼고, 선택하는 것.
자기 연주를 듣는다
치면서 동시에 자기 소리를 듣는 건 어렵다. 치는 데 뇌의 자원이 다 들어간다.
기본이 몸에 붙으면 치는 건 자동이 되고, 듣는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가 생겼을 때 연주가 확 달라진다. "지금 내 소리가 backing track과 어울리고 있는가"를 치면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녹음이 가장 빠른 피드백이다. 스마트폰으로 충분하다. 한 곡 치고, 바로 들어본다. 리듬이 밀리는 곳, 코드 체인지가 뚝 끊기는 곳, 의외로 좋았던 곳이 객관적으로 들린다.
녹음을 들을 때 집중해볼 것: 자기 음이 킥 드럼과 맞는지, 코드 체인지가 매끄러운지, 전체적으로 에너지 흐름이 있는지, 그리고 — 이건 솔직해져야 하는 부분인데 — 듣기 좋은지. 듣기 좋은 연주는 기술과 별개로 뭔가 다르다. 음악이 된 연주와 연습인 연주의 차이가 녹음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