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를 구성하는 사고
개별 기술은 갖춰졌다. 음을 알고, 리듬을 알고, 테크닉이 있고, 듣는 법을 안다. 하지만 이것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연주로 만드는 건 다른 차원이다.
음을 나열하는 건 연주가 아니다. 음을 배치하는 게 연주다.
반복의 힘
좋은 패턴을 하나 만들었으면 반복한다. 한 번 치면 패턴이고, 네 번 치면 groove가 된다. 듣는 사람이 그 패턴에 빠져든다.
James Brown의 "Sex Machine"에서 Bootsy Collins의 베이스를 들어보면 — 같은 라인을 16마디, 32마디 반복한다. 지루하지 않다. 중독성이 있다. 리듬이 있는 반복은 최면에 가깝다.
반복하되 가끔 변형을 준다. 4번 중 3번은 같고 1번은 살짝 다르게. "예측 가능함 + 약간의 의외성." 이게 groove의 공식이다.
backing track in A를 틀고 시도해본다. 간단한 패턴 — A → A → E → A (root-root-5th-root) — 을 만들어서 4코러스(48마디)를 반복한다. 코드가 바뀌면 같은 패턴을 해당 코드의 root와 5th로 옮긴다. 3코러스까지는 똑같이 치고, 4코러스에서만 5th 대신 octave를 넣거나 리듬을 살짝 바꿔본다.
녹음해서 들어보면 흥미로운 걸 발견한다. 1코러스에서는 그냥 패턴인데, 2~3코러스가 되면 groove가 자리를 잡는다. 듣는 사람의 몸이 그 패턴에 적응하고, 4코러스의 변형에서 "오?" 하는 반응이 온다. 이게 반복과 변주의 힘이다.
변주
반복의 확장이다. 기본 패턴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바꾼다.
- 리듬을 바꾼다. 같은 음인데 타이밍을 약간 다르게.
- 음을 하나 추가한다. Root만 치던 데에 3rd를 넣어본다.
- 음을 하나 뺀다. 치던 것을 안 치면 공간이 생긴다.
- 옥타브를 바꾼다. 같은 음인데 높은 데서 치면 에너지가 다르다.
한 번에 많이 바꾸면 기본 패턴과 연결이 끊어진다. 한 가지씩.
Duck Dunn의 연주가 이 변주의 교과서다. "Green Onions"에서 기본 패턴을 반복하면서, 아주 미세하게 — ghost note를 넣거나 빼거나, 리듬을 살짝 당기거나 — 변화를 준다. 의식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변화인데,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가 groove의 깊이를 만든다.
공간
연주에서 가장 어려운 건 안 치는 것이다.
빈 공간이 있으면 채우고 싶은 충동이 있다. Scale을 알게 되면 더 심하다. "이 음도 쓸 수 있고 저 음도 쓸 수 있는데" 하면서 자꾸 음을 넣게 된다. 하지만 공간이 음을 살린다.
backing track in A를 틀고 마디 1~4를 치다가, 마디 5(D7)를 완전히 비워본다. 한 음도 안 친다. 그리고 마디 6에서 다시 들어간다. 5마디의 침묵이 6마디의 첫 음을 강력하게 만드는 걸 느낄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다음 음이 더 의미 있게 들린다.
비우는 마디를 바꿔본다. 마디 9(E7, 긴장 포인트)를 비우면 어떤가.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떠있는 느낌이 난다. 마디 11(turnaround 시작)을 비우면? 마무리가 지연되는 느낌. 어디를 비우느냐에 따라 곡의 드라마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안 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생기기 시작한다.
Miles Davis의 연주를 듣는 이유가 이것이다. 치는 것보다 안 치는 것이 더 많다. 트럼펫이 한 프레이즈를 불고, 긴 침묵. 그 침묵이 다음 프레이즈를 기다리게 만든다. 베이스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대화
잼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다.
Call and response. Blues의 가장 오래된 전통이다. 한쪽이 프레이즈를 던지면, 다른 쪽이 응답한다.
B.B. King의 라이브를 들어보면 이게 뚜렷하다. 보컬이 "Why do you leave me baby" 하고 부르면, 기타가 "위이잉~" 하고 대답한다. 그 밑에서 베이스는 foundation을 유지하면서, 보컬과 기타 사이의 빈 공간에 살짝 움직인다. 모두가 쉬는 순간에 베이스가 fill을 넣으면 — 마치 대화에서 "맞아, 그러니까" 하고 끼어드는 것 같은 효과다.
backing track에서 이걸 연습하려면: 기타의 리프 패턴을 파악한다. 기타가 프레이즈를 치고 쉬는 타이밍이 있다. 그 쉬는 타이밍에 베이스 fill을 넣어본다. 기타가 치는 타이밍에는 root 중심으로 단순하게. 이 주고받기가 되면 backing track과 "대화"하는 느낌이 생긴다.
보완. 다른 악기가 높은 음역에서 바쁘면 베이스는 낮은 데서 간결하게. 반대로 다른 악기가 쉬면 베이스가 움직인다. 빈 곳을 채워주는 관계.
이건 실제 밴드에서 연주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타리스트가 솔로를 치는 동안 베이스가 복잡한 라인을 같이 치면 소리가 뭉친다. 기타리스트가 코드만 잡고 있을 때 베이스가 walking bass로 움직임을 만들면 곡이 살아난다.
긴 호흡
마디 단위로 "여기서 이 음"을 생각하면 숲을 못 본다.
12마디 한 바퀴를 하나의 문장으로 본다. 시작(마디 1-4)은 도입이다. 코드가 I에 머물면서 기반을 잡는 구간. 전개(마디 5-8)는 IV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움직임이 생기는 구간. 클라이맥스(마디 9-10)는 V → IV로 긴장이 최고에 달하는 구간. 마무리(마디 11-12)는 turnaround로 다시 처음을 준비하는 구간.
이 각 구간에서 베이스의 역할이 다르다. 도입에서는 안정적으로 깔고, 전개에서 약간 움직이고, 클라이맥스에서 에너지를 올리고, 마무리에서 turnaround로 한 바퀴를 맺는다.
여러 코러스를 하나의 이야기로 보면 더 넓어진다. backing track in A를 틀고 6코러스를 하나의 arc로 치본다. 첫 코러스는 root만으로 조용하게 깔고, 두 번째에서 5th를 추가하고, 세 번째에서 pentatonic으로 움직이고, 네 번째에서 walking bass로 최고조를 만들고, 다섯 번째에서 lick과 fill로 표현하고, 여섯 번째에서 다시 간결하게 마무리한다.
녹음해서 전체를 들어보면 이야기가 있는지 없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에너지로 치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기승전결이 느껴지면 연주가 "구성"된 것이다.
Freddie King의 "Have You Ever Loved a Woman"에서 베이스를 들어보면 이 arc가 느껴진다. 처음에 조용히 시작해서, 보컬이 달아오를 때 같이 올라가고, 기타 솔로에서 탄탄하게 받쳐주다가, 마지막에 정리한다. 같은 12-bar의 반복인데 이야기가 있다.